전문가 칼럼
토이스토리가 장난감들의 이야기라는 참신한 서사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 지 무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4편이 발표된 지 7년 만에 우리의 오랜 친구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카우보이 인형 제시(왼쪽), 우주 특공대 인형 버즈 라이트이어(가운데),
카우보이 인형 우디(오른쪽)가 함께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1995년 첫 상영부터 5편을 이어오면서 여전히 예매율 1위를 자랑하는 토이 스토리의 매력은 주인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과 충성심, 그리고 끈끈한 단결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디와 버즈, 그리고 제시 3인방이 다시 뭉쳐서 이번에는 어떤 난관을 헤쳐나갈까요.
빌런인듯 빌런 아닌, 뉴페이스 ‘릴리패드’의 등장
1995년 첫 상영부터 지금까지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들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위기 상황에 맞서 긍정적인 태도로 극복해 왔습니다. 5편에서는 최신 스마트 태블릿인 ‘릴리패드’를 새로운 친구로 맞이하며, 장난감들이 전에 없던 위기를 극복하는 예측 불허의 모험을 그립니다. 기존 오리지널 캐릭터와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하여 세대 교체와 시대의 변화를 다룬 것입니다.

카우걸 인형 제시(왼쪽)가 새로운 친구 릴리패드(오른쪽)를 처음 마주하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이들은 릴리패드를 마주 보며 대화하고 장난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채팅하고 게임을 하면서 장난감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5>의 릴리패드는 전편에서처럼 전형적인 악당은 아닙니다. 꼬마 주인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기도 하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여전사 카우걸 ‘제시’의 치유 서사
5편에서는 특히 제시의 성장이 돋보입니다. 제시는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또다시 버려질까 봐 위축된 모습을 보여왔죠. 특히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던 첫 번째 주인, 에밀리를 제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시에게는 에밀리와 함께 언덕에서 그네 놀이를 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말 인형 불스아이(왼쪽)와 카우걸 인형 제시(오른쪽)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함께 서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제시와 에밀리의 언덕은 관객에게도 가장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한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그 언덕에는 제시의 상처를 치유하고 변화를 받아들여 성장하게 만드는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에밀리는 떠나갔지만 여전히 자신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을 확인한 제시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중년이 된 우디, 변치 않는 열정으로 진격!
제시에게는 든든한 두 친구, 우디와 버즈가 있어요. 4편에서 우디는 독립을 선언했지만, 제시의 구원 요청에 다시 등장합니다. 우디의 외모도 약간 달라져 있어서 세월의 흐름을 일깨워주죠. 뒷머리는 벗겨지고 배가 나온 중년 아저씨처럼 됐지만 늘 친구들을 지켜왔던 성숙한 태도와 주인을 구하겠다는 열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왼쪽 사진의 왼쪽)와 우주 특공대 인형 버즈 라이트이어(왼쪽 사진의 오른쪽),
위기에 맞서고 있는 버즈 라이트이어 군단의 모습(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리고 한때 아이들의 우상이었던 우주인, 버즈의 군단은 여전히 사령부가 별에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이제 아이들의 관심에서는 좀 벗어났지만 우주선을 향한 버즈 군단의 욕망은 변치 않았어요.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는 진짜 우주인다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다시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준비를 합니다. 버즈 군단의 변신은 5편의 새로운 주인공이기도 한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장난감과 소녀의 성장, 그리고 가슴 따뜻한 우정
아이가 성장하듯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들도 성장하죠. 전자기기의 등장에 잔뜩 긴장했던 제시는 이제 더 이상 버림 받을까 두려워하지도 위축되지도 않아요. 친구들에게 먼저 말도 걸지 못하고, 따돌림 당할까봐 겁냈던 보니가 자신이 만든 세계에 자신감을 갖고 성장하듯이 제시도 가장 현명한 방식으로 자신을 극복합니다.

카우걸 인형 제시(가운데)와 말 인형 불스아이(왼쪽)가 함께 말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장난감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으로서 해야 할 가치 있는 역할을 마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커버린 주인이 더 이상 장난감을 찾지 않더라도 자신이 어린 시절에 사랑했던 장난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니, 슬퍼하지 말고 또 다른 아이의 성장을 도우러 가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만드는 소중한 삶의 가치
<토이 스토리>에는 주인공들 이외에도 각각 자신만의 개성과 스토리를 지닌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랑을 많이 받은 양치기 아가씨 보핍, 늘 웃는 얼굴로 충성심을 발휘하는 불스아이, 아이들이 한때 열광했던 초록색 공룡 렉스, 위기 때마다 탈출을 돕는 데 큰 공헌을 하는 용수철 강아지 슬링키 도그, 그리고 다정한 포테이토 부부, 모든 캐릭터들의 마음이 <토이 스토리>의 OST ‘You’ve got a friend in me’ 안에 녹아 있습니다.

<토이스토리 5>에는 우디(왼쪽 사진 가운데), 카우걸 인형(오른쪽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다양한 장난감들이 대거 등장해 시종일관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 노래를 들으면 아무리 슬프고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분과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시절의 어린 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토이스토리를 5편까지 이어올 수 있게 만든 저력은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확인시켜 준 소중한 가치였습니다.
어른이 된 아이들의 맘을 울리는 ‘동심’과 ‘희망’
<토이 스토리>는 장난감이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심리적 통과의례를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고 버려짐을 두려워하는 장난감의 모습은, 사회적 소외를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초상과 닮아 있는데요. 수많은 거절과 실패 속에서 단련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 우리가 정작 놓치고 있던 소중한 가치는 없는지 영화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보니가 친구들을 향해 카우걸 인형 제시(오른쪽 위)와 든든한 말 인형 불스아이(왼쪽 아래)를 자랑스레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동시에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거스르지 않고, 연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버즈의 모습에서는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게 합니다. 이처럼 잊고 있던 동심을 깨우고 공존의 가치를 강조하는 <토이 스토리>의 깊은 울림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온 이 영화의 저력이자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리즈를 끊임없이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