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고 가볍게 그러면서 맛있게 먹기에는 샌드위치가 좋습니다. 너무나 간편하기 때문인지 재미있는 유래도 전해지는데요. 도박을 좋아하는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Earl of Sandwich)’이 노름을 하다 먹기 편하게 빵 사이에 햄을 끼워 먹은 게 샌드위치의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요?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게다가 듣기 다소 불편한 구석도 있습니다. 시간을 아껴 노름에 집중하려고 만들어 먹었다는 말 속에는 맛을 비롯해 음식의 품격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오직 허기를 채우려고 먹었다는 뉘앙스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그렇게 대충 끼니를 때우는 만만하고 허접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샌드위치에 대한 잘못된 유래

도박을 좋아하던 영국 샌드위치 백작이 포크와 칼을 쓰지 않고 먹을 수 있게 개발한 음식으로 잘못 알려져있는 샌드위치

종류가 많은 만큼 각각의 샌드위치와 관련해 다양한 유래와 스토리가 전해지는데 대부분 도박장 음식이 아니라 ‘명사들이 먹었던 품위 있고 교양 있는 간편식’, 혹은 ‘어머니 손맛이라는 아련한 정서가 담긴 소울 푸드’입니다. 먼저 레스토랑이나 휴양지 리조트, 호텔에서 주로 먹는 클럽 샌드위치(Club Sandwich)만 해도 그러한데요.

 

간편식이지만 빵 사이에 닭고기, 베이컨, 토마토, 상추 등을 넣은 간단치 않은 요리인 이 샌드위치는 19세기 말 뉴욕 주의 한 사교 클럽에서 처음 만들었다는데 세기의 로맨스 덕분에 유명해졌습니다.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의 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Edward VIII)가 사랑에 빠져 결국 왕위까지 포기하고 결혼한 여인이 미국의 왈리스 심프슨(Wallis Simpson) 부인입니다.

 

영국 왕실과 국민이 반대하자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 없이는 왕의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왕좌까지 버리게 만든 여인인데요. 이 심프슨 부인이 사랑한 음식이 클럽 샌드위치였습니다. 결혼 전 에드워드 8세를 만나러 영국을 방문한 심프슨 부인이 머물던 호텔에 레시피를 알려주며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때 소문이 나서 유럽에 널리 퍼졌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런 만큼 클럽 샌드위치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때 먹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클럽 샌드위치

영국 에드워드 8세와 결혼한 심프슨 부인이 사랑했던 ‘클럽 샌드위치’

샌드위치 중에서 제일 간단한 것은 땅콩 샌드위치입니다. 서양 사람이라면 포커 게임을 하다가, 한국인이라면 고스톱 치다 먹기에 딱 어울릴 것 같은데 이 또한 그렇게 만만한 음식이 아닌데요. 내로라하는 미국 유명 인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말할 때 첫 손에 꼽는 게 바로 땅콩 샌드위치입니다.

 

전설의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대표적 인물로 특히 식빵에 땅콩버터와 으깬 바나나, 베이컨을 얹은 샌드위치를 좋아했습니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 역시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땅콩 잼 바나나 샌드위치를 꼽았고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뉴욕시장도 만약에 자신이 죽기 전 마지막 식사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원더브레드(wonder bread) 토스트’를 먹겠다고 했습니다. 원더브레드는 기적의 빵이라는 뜻이니 거창한 음식 같지만 동일 상표의 식빵에 땅콩버터, 바나나 조각, 베이컨을 넣어 먹는 샌드위치입니다.

 

미국 유명 인사들은 왜 하나같이 먹고 싶은 음식으로 땅콩 샌드위치를 꼽았을까요? 정치적 제스처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클린턴, 블룸버그는 모두 서민 가정 출신입니다. 이들에게 땅콩 샌드위치는 어머니가 싸주셨던 점심 도시락이었으니 소울 푸드고 어머니 손맛입니다. 최후의 음식으로 선택하겠다는 말이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데요.

 

땅콩 샌드위치

미국 유명 인사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첫 손에 꼽는 땅콩 샌드위치

땅콩 샌드위치보다 더 간단한 게 오이 샌드위치입니다. 식빵에 오이 몇 조각 썰어서 얹어 먹으니 진짜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데 역시 그렇게 가볍게 볼 음식이 아닙니다. 19세기 무렵부터 유행했는데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를 마실 때 귀족이 먹던 샌드위치에서 시작됐습니다. 오후에 간식으로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인 만큼 최대한 간단하게 빵에다 오이만 끼워서 먹었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기 때문에 오히려 품위 있고 고상한 귀족의 다과가 됐습니다.

 

각각의 샌드위치 유래를 보면 이렇듯 나름의 품격이 있거나 정서가 있는데 왜 샌드위치 자체는 노름꾼이 도박하다 먹었다는 이야기가 생겼을까요? 유래의 주인공인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John Montagu) 경 때문에 생긴 소문으로 보입니다. 샌드위치 백작은 노름꾼이 아니라 정치인입니다. 4대째 해군제독 출신의 귀족 가문 배경에 본인 역시 영국의 명문학교인 이튼스쿨(Eton School)에 케임브리지(Cambridge) 대학을 졸업했고 장관을 네 번이나 지냈습니다. 그만큼 유능했다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성격이 모났는지 정치적으로 적들이 많았습니다. 카드 게임을 좋아했지만, 도박꾼은 아니었는데 정적들이 샌드위치 백작이 일은 안 하고 빵에 고기를 끼워 먹고 노름할 정도로 도박에 빠졌다고 소문을 퍼트렸습니다. 샌드위치 유래설이 생긴 배경입니다.

 

쓸데없이 적을 만들면 뒷담화가 퍼질 수 있습니다. 샌드위치 먹을 때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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