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대표 음식은 케이크다. 우리와 미국은 주로 생크림 케이크, 프랑스는 나무 장작 모양의 부쉬 드 노엘, 독일은 눈 덮인 빵 슈톨렌 등등 나라마다 모양과 이름은 달라도 대부분 케이크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크리스마스에 왜 케이크를 먹을까? 12월 25일은 예수가 태어난 날이니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 즉 생일 축하 케이크라는 뻔한 대답을 떠올렸다면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위 사진은 슈톨렌으로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케이크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언제부터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었을까? 양력 달력이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삼고 있으니 아기 예수의 탄생은 2018년 전이고 크리스마스는 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최대 명절인 만큼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그만큼 역사가 깊을 것이라는 도식적 대답 역시 정확하지 않다. 성탄절 케이크 풍속이 퍼진 것은 짧게는 19세기, 길어도 14세기 이후다. 범위를 너무 넓게 잡는 것 같지만 다 이유가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역사가 뜻밖인데 내용을 자세히 알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예수가 세상에 온 것을 축하 하는 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생일 기념은 아니었다. 그게 그 말 아니냐 싶지만 미묘하면서 심오한 차이가 있다.

 

케이크는 기본적으로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다. 우리의 명절 떡처럼 서양의 명절 음식에서 비롯됐다. 빵과 달리 케이크는 그리스 로마시대 축제 음식에서 기원을 찾는다. 이 무렵 축제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경배하는 페스티발이었고 이때 먹던 음식 역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신의 특성에 따라 술의 신 디오니소스한테는 와인이 잘 숙성되기를 빌며 제물을 올렸고 로마시대 다이애나 여신한테는 아이의 건강을 빌며 음식을 올렸다. 다이애나가 달의 여신인 동시에 아이의 수호신이었기 때문인데 생일 케이크의 기원을 여기서 찾는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뿌리 또한 서양의 이런 오랜 전통과 풍속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한 예수 생일 축하 케이크는 아니라는 것이다. 자세한 의미는 크리스마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인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축일(holiday)이 아니었다. 개신교는 물론 가톨릭과 그리스, 러시아 정교를 포함한 범 기독교에서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경배하는 페스티발에서 케이크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술의 신 디오니소스한테는 와인이 잘 숙성되기를 빌며 제물을 올렸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크리스마스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먼저 예수가 태어난 날인데 성경에는 정확한 날짜가 나오지 않는다. 12월 25일은 서기 336년, 교황 율리우스 1세가 예수 탄생일로 정해 선포한 날짜다. 이때 이후 1,000년 동안 이 날은 그저 예수가 태어난 날이었을 뿐이다. 14세기가 돼서야 비로소 교회에서 이날 크리스마스를 공식적인 축일(holiday)로 제도화했다. 그러니 중세는 물론 근대까지도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보다 부활절과 지금은 일반인은 잘 모르는 1월 6일, 주현절을 더 크게 기념했다. 특히 교리에 엄격한 청교도는 크리스마스를 오히려 배척했다. 때문에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혁명 시절에는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인정하지 않았고 청교도들이 정착해 만든 초기 미국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면 5실링의 벌금을 부과했을 정도였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가 크리스마스를 정식 공휴일로 정한 것도 한참 뒤인 1870년이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에서는 19세기 이후에야 주현절보다 크리스마스를 보다 중요한 휴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혁명 시절에는 크리스마스를 휴일로 인정하지 않았고, 초기 미국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면 5실링의 벌금을 부과했을 정도로 크리스마스를 배척했다

 

그러면 크리스마스 기념 케이크는 이때 갑자기 생겨난 풍속일까? 그렇지는 않다. 케이크는 이전까지 중요시됐던 주현절 축하 음식이었는데 성탄절이 강조되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본다. 이쯤에서 주현절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 쉽게 말해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경배한 날, 예수가 세례를 받은 날 또는 예수가 최초로 기적을 보여준 날이다. 주현절(主顯節=Epiphany)이라는 명칭도 주님이 현신했다는 뜻이니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로서 공식적으로 나타난 날이다.

 

정리하면 크리스마스는 인간 예수의 탄생에, 주현절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예수가 드러난 날에 초점을 맞췄다. 모두 성인 탄생의 뜻이 있다. 그러니 주현절에서 성탄절로 이어진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의미는 하나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