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바게트 사랑은 유별나다. 유력 신문 르피가로에 의하면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하루 한 번 이상 바게트를 먹고, 1초에 320개, 1년에 100억 개의 바게트가 팔린다고 한다. 바게트가 단순히 빵 이상의 프랑스 문화, 그 자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하루 한 번 이상 바게트를 먹고, 1초에 320개, 1년에 100억 개의 바게트가 팔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에는 역사적으로 유독 빵과 관련된 법률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빵의 평등권(The Bread of Equality)이다. 권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부자건 가난하건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은 품질의 빵을 사먹을 수 있는 권리다. 지금은 권리라는 말조차 쓰기 민망할 정도로 당연한 소리지만 빵의 평등권이 실현된 것은 프랑스 혁명 때였다. 1788년과 1789년, 프랑스는 2년 연속 흉년으로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었다. 빵 값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폭등했다. 하루치 빵 값이 일당의 88%까지 치솟았다. 가난한 사람은 껍질도 제대로 벗기지 않은 곡식으로 만든 시커멓고 질 낮은 빵을 간신히 구해 하루 끼니를 때우거나 그것도 없어 굶어야 했던 반면 부자들은 여전히 하얀 밀가루에 버터를 넉넉히 넣은 빵을 먹었다. 프랑스 혁명에서 빵이 갈등의 중심이 됐던 이유다.

프랑스 혁명의 시작과 함께 함락한 바스티유(Bastille) 감옥. 당시 권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부자건 가난하건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은 품질의 빵을 사먹을 수 있는 빵의 평등권(The Bread of Equality)이 도입됐다
왕비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것처럼 혁명을 전후해 빵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혁명 정부는 빵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했다. 해서 혁명 4년 후인 1793년 11월 15일, 왕정인 앙시엥 레짐을 해체한 국민공회에서 드디어 빵의 평등권을 만들었다. 제빵업자는 더 이상 부자를 위해 고운 밀가루로 흰 빵을 만들거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거친 호밀로 만든 검은 빵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시민 모두를 위해 동일한 품질의 빵, 밀가루 4분의 3과 호밀 4분의 1을 혼합한 빵을 만들도록 제한했다. 빵의 자유로운 판매 역시 제한해 배급제를 시행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빵의 평등권 제9조에는 제빵업자가 평등의 빵으로 알려진 빵 이외의 빵을 만들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경고 조항도 넣었다.
빵의 평등권은 국민공회를 통과해 최종 비준만을 남겨 놓았지만 공식적으로 선포되지는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혁명이 성공한 만큼 굳이 법률로까지 빵의 평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듯 빵의 역사, 특히 프랑스 바게트 빵의 역사를 보면 그 속에서 인권과 평등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바게트 빵의 역사를 보면 그 속에서 인권과 평등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바게트의 어원은 기다란 생김새 그대로 라틴어 지팡이(Baculum)에서 비롯됐다. 유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장작더미처럼 지게에 담아 팔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설, 나폴레옹 시대에 군인이 바지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도록 길게 만들었다는 설까지 다양하다. 한 마디로 유래가 분명치 않다는 이야기다. 다만 빵이 가늘고 길어진 이유는 빠른 시간 내에 구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역시 빵의 발달사와 관련 있다. 이전까지 프랑스에서는 천연 효모인 르뱅을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 이렇게 천연 효모로 빵을 구우려면 24시간 동안 여러 차례 빵 반죽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8세기 제빵사들은 빵 굽는 오븐 옆에서 쪽잠을 자면서 3시간마다 일어나 천연 효모를 새롭게 갈아주어야 하는 고된 작업에 시달렸다.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제빵 기술자를 보호하기 위해 1920년에 저녁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빵을 만들 수 없다며 빵 만드는 시간까지 법으로 정해놓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먹는 전통적인 둥근 빵을 만들 시간이 모자라 빵을 가늘게 만든 것이 바게트의 탄생 배경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바게트는 프랑스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프랑스 혁명 이래 정치적 이유에서건 혹은 간편하게 빵을 구우려는 경제적 동기이거나 혹은 제빵 노동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건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바게트가 프랑스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빵이 아니라 인간은 빵 앞에 평등하다는 프랑스 혁명 정신이 깃든 프랑스의 상징이자 프랑스 역사가 만들어낸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