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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에 피어난 향긋한 신뢰
서울 강남의 중심, 신사역 사거리의 빌딩 숲 사이로 아침마다 고소한 빵 냄새가 번져 나옵니다. 화려한 외관의 카페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반죽을 빚는 이가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카페신사점 나윤수 제조기사입니다.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말 없는 베테랑’이자 ‘집중력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반죽을 빚어온 나윤수 제조기사는 동료들 사이에서
‘말 없는 베테랑’이자 집중력의 상징으로 통한다.
파리바게뜨 카페신사점이 꾸준한 신뢰를 얻는 비결은 겉모습에 치중한 기교보다 빵의 본질에 집중하는 정직함에 있다.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꾼 기술의 힘
나윤수 기사의 제빵 인생은 우연이 아닌 절실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언어 소통이 쉽지 않았던 그는 한국구화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세상을 배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스무 살 무렵, 진로에 대한 막막함에 잠 못 이루던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권유로 대전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시작한 6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은 그에게 ‘제빵’이라는 평생의 무기를 선물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태호 반장(오른쪽)은 나 기사에게 든든한 날개 같은 존재다.
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기술 부족이 아닌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낯가림이 심했던 청년 나윤수에게 주방은 마치 거대한 벽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은 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파리바게뜨 이촌점 근무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김태호 반장과 동료들은 그의 든든한 날개가 되어주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일해야 하는 현장에서 소통은 쉽지 않았지만 동료들은 그의 입모양을 보며 또박또박 대화를 건넸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정성스러운 필담으로 메워나갔습니다.

그 따뜻한 배려 속에서 나윤수 기사는 자신의 장애를 오히려 ‘고도의 집중력’이라는 무기로 승화시켰습니다. 주위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오븐 속 빵이 가장 맛있게 익어가는 색깔과 모양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그의 디테일은 이제 카페신사점 팀 전체의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주위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오븐 속 빵이 익어가는 색깔과 모양에만 집중하는 나윤수 기사.
서로의 눈빛이 언어가 된 ‘동료애’
나윤수 기사는 현재 카페신사점에서 도넛, 튀김류, 크림빵, 피자빵 등 주요 제품의 생산과 재료 준비를 책임집니다. 특히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것은 도넛과 튀김류입니다. 기름 솥 앞에서 빵의 색감과 모양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이 작업에서 그의 뛰어난 시각적 집중력은 빛을 발합니다. “도넛이 가장 예쁜 갈색을 띠는 그 찰나를 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라는 그의 말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집니다.
뜨거운 기름 솥 앞에서 빵의 색감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작업은 나윤수 기사의 뛰어난 시각적 집중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작업 현장은 1분 1초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장과 같습니다. 8명의 기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몰입하다 보면 말로 하는 소통은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곳의 ‘올드 멤버’로서 새로 합류한 신입 기사들이 현장에 낯설어할 때마다 묵묵히 시범을 보이며 올바른 가이드가 되고 있습니다.
눈빛 하나로 반죽의 상태를 공유하고 손짓 하나로 오븐의 타이밍을 맞추는 이들의 모습은 언어의 장벽이 결코 마음의 장벽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합니다. 나윤수 기사를 묵묵히 뒷받침 하고 있는 김태호 반장은 말합니다. “윤수는 성실함 그 자체입니다. 몸이 고되어 내색할 법도 한데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리를 지키죠. 그 인내심과 협동심을 보며 나를 포함한 다른 동료들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1분 1초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작업 현장이지만 나윤수 기사와 동료들은 눈빛 하나로도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율 상회,
평균 근속 연수 9.8년
나윤수 기사의 성실함은 최근 회사로부터 10년 장기근속 포상으로 금 7돈을 받으며 증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가장 큰 보상은 갓 튀겨낸 도넛을 맛보며 미소 짓는 손님들의 모습입니다. 이제 그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법을 압니다. 도넛이 자꾸 타서 고민하는 후배에게 화를 내기보다 직접 기름 솥 앞에서 적정한 색깔이 나오는 순간을 보여주며 곁을 지켜주는 그의 모습은 나눔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베테랑 기사의 정직한 손길과 직원들의 친절함이 어우러진 카페신사점은 향긋한 신뢰를 전하며 고객들의 일상을 기분 좋게 채워준다.
퇴근 후에는 김태호 반장과 평범한 형, 동생으로 돌아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일상의 무게를 털어냅니다. 10년의 내공을 뒤로하고 가끔 찾아오는 진로에 대한 불안함에 흔들릴 때마다, 김 반장은 인생의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윤수에게 이곳에서 보낸 10년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 소중한 가치를 잊지 말라고요.”
빵의 온기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승리로 이끌어낸 나윤수 제조기사. 그를 지지하는 김태호 반장과 동료들이 함께 만드는 이 고소한 이야기는 단순한 제빵 현장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화합의 온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윤수 기사의 꿈은 이제 ‘자신만의 작은 빵집’을 넘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의 눈빛으로 진심을 읽어내는 나윤수 기사(왼쪽)와 김태호 반장에게 장애는 소통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한편, 파리크라상에는 지난해 기준 장애인 근로자 124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체 직원의 3.93%로, 기업에게 주어진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3.1%)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도 9.8년으로, 직원 개개인의 직무 적합성을 고려해 교육하고, 현장에서 비장애인들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한 결과입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파리바게뜨 카페신사점에서 10년째 빵을 굽고 있는 제조기사 나윤수입니다. 저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구화학교 재학 시절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그곳에서의 배움은 제가 사회에 나와 당당하게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발음이 조금 서툴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제빵이라는 기술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재학 중에 진로를 고민하던 중 학교 선생님께서 직접 일자리를 알아봐 주시고 대전직업능력개발원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권유에 저 역시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고 곧바로 6개월 동안 제빵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고3 시절 몇 달간 학교에 다니다가 바로 훈련소에 들어가 빵을 배우기 시작한 그때가 제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였습니다.
Q. 10년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윤수 님만의 마인드컨트롤 방법이 있나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 같은 빵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끔 몸이 무겁거나 슬럼프가 오려고 할 때는 심호흡을 크게 하며 정신을 차립니다.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며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것, 그것이 10년을 버티게 한 저만의 방법입니다.
Q. 도넛과 튀김류 생산에 특히 자신감을 보이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종류의 일도 많이 해봤지만 저는 튀김류와 도넛류가 가장 재미있고 성취감도 높습니다. 튀김류는 제품의 색깔이나 모양의 변화를 아주 미세하게 포착해야 하는데, 저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대신 시각적인 집중력이 좋습니다. 도넛이 가장 예쁜 갈색으로 익어가는 그 찰나의 모양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작업현장에서 동료들과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을 때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사실 현장에서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각자의 작업에 몰입하느라 대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료의 움직임만 봐도 ‘도움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특별한 기분을 느끼기보다는 그저 ‘내가 가서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몸이 먼저 움직입니다. 말없이 통하는 그 동료애가 현장을 지탱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지금처럼 10년 이상 더 회사 생활을 하며 실력을 더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제가 직접 반죽하고 구워낸 빵들로 가득한 저만의 작은 빵집을 차리는 것이 꿈입니다. 고객들이 제가 만든 빵을 드시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습니다.

Q. 윤수 님과는 평소 어떻게 소통하고 계신가요?
윤수와 함께 일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긴 대화가 없어도 입모양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소통이 쉽습니다. 업무가 끝나면 형, 동생처럼 맥주 한 잔 나누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저희만의 즐거움입니다.
Q. 곁에서 지켜본 윤수 님은 어떤 동료인가요?
가장 큰 강점은 완벽한 근태 관리와 성실함입니다.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한결같이 일한다는 건 저조차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늘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엄청난데, 그 에너지가 다른 직원들, 특히 신입 기사들에게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Q.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 일하며 반장님 스스로 변화된 점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솔직히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윤수와 함께 지내며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윤수에게서 인내심, 협동심, 배려심을 더 많이 배웠고, 제 마인드도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편안함은 물론이고, 책임감 있게 자리를 지켜주는 윤수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Q. 윤수 님에게 진로에 대한 조언을 자주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윤수가 10년 차가 되다 보니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윤수에게 “한 직장에서 10년을 버틴다는 건 대단한 가치다. 네가 가진 이 성실함의 무게를 믿으라”고 조언합니다. 윤수가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후회 없이 펼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장애인 근로자와의 협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처음부터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견 없이 마음을 열고 같이 일해 보면,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 따뜻하고 성실하게 자기 몫을 해내는 동료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편견이라는 안경을 벗고 그 사람의 진심과 실력을 먼저 봐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