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우유의 완벽한 블렌딩, 밀크티가 대세입니다. 최근 유행의 시발점은 홍콩, 대만이지만 그 역사는 유럽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유럽에서는 누가 처음, 그리고 왜 홍차에 우유를 타 마셨을까요? 지금은 밀크티가 인기지만 홍차와 우유의 블렌딩은 사실 불편한 조합이었습니다.
문향십리(聞香十里), 향기가 십리 밖까지 퍼진다는 말처럼 좋은 홍차는 자체의 차 향과 풍미를 음미하며 마시는 게 다도를 즐기는 고수의 자세입니다. 게다가 옛날 좋은 홍차는 은화를 주고 샀을 만큼 비쌌습니다. 그런데 누가 무슨 이유로 비싼 홍차에 특유의 차 향을 반감시키는 값싼 우유를 섞었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 결과 새로운 맛의 밀크티가 탄생하는 예상 밖 득템의 성과는 거뒀지만 홍차와 우유가 처음부터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밀크티 역사를 놓고 갑론을박 말이 많았습니다.

밀크티 역사와 유래에 대한 다양한 해석
먼저 최초의 밀크티 논쟁입니다. 흔히 밀크티는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알지만 첫 기록은 프랑스입니다. 1680년 파리 사교계 마담 세비네(Madame de Sabliere)의 편지에 살롱에서 마거리트 부인이 홍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니 특별한 맛이라고 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밀크티를 마셨다는 최초의 기록이 있다고 프랑스에서 처음 홍차에 우유 섞는 법을 발견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1670년 영국 런던의 차 무역상이며 커피하우스 주인 토마스 가웨이(Thomas Garway)가 쓴 책에 홍차에 우유를 섞으면 위장 장애를 막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홍차를 마시면서 왜 위의 통증을 걱정했을까 싶지만 당시 홍차는 무척 진한 데다 기호 음료가 아닌 약에 가까웠습니다.
가웨이보다 더 앞선 유럽인의 기록도 있습니다. 1650년대 북경에 머물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Dutch East India Company) 직원, 유한 뉴호프(Johan Nieuhof)가 남긴 글입니다. 만주 귀족은 홍차 찻잎을 물에 잔뜩 넣고 끓인 후 소금 뿌린 따뜻한 우유를 채워 뜨겁게 마신다고 적었습니다. 단순히 보면 당시 중국에 막 들어선 청나라 지배층의 다도 모습을 묘사한 것일 수도 있지만 유럽에 처음 차를 퍼트린 게 네덜란드였던 만큼 홍차에 우유 타 마시는 방법도 이때 함께 전해졌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중 어디가 밀크티의 출발점인지는 호사가의 궁금증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유럽인들이 왜 홍차에 우유를 탔는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전 유럽 귀족이 커피에 설탕 타듯 홍차에 설탕을 넣어 마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커피와 홍차의 쓴맛을 줄이려는 목적과 함께 일종의 신분과시였습니다. 17~18세기 설탕은 아주 비싼 사치 기호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홍차의 쓴맛과 떫은맛을 중화시키고자 우유를 넣어 마시기 시작한 유럽인들
하지만 우유는 다릅니다. 유럽에서 우유는 비싼 기호품이 아닌데 왜 은화를 주고, 나중에는 은도 모자라 아편까지 주고 동양의 수입 홍차에 저렴한 우유를 타서 마셨을까요? 유럽에 처음 홍차가 소개됐을 때는 진한 차 종류가 전해진 데다 끓일 때도 찻잎을 듬뿍 넣어 진하게 우렸습니다. 때문에 우유를 넣어 홍차의 쓴맛과 떫은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마시기 위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누가 처음 유럽에 밀크티를 퍼트렸나에 따라 해석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밀크티가 퍼졌다면 1680년 마담 세비네의 편지 내용처럼 홍차의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홍차에 우유를 타기 시작했다는 설에 방점이 찍힙니다. 반면 영국이 중심이라면 쓴 약에 설탕을 코팅해 당의정을 만든 것처럼 턍약 같은 홍차의 쓴맛과 위의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밀크티가 생겼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네덜란드를 통해 밀크티가 퍼졌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당시 중국에서 차와 찻잔까지 수입한 유럽인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중국의 차 마시는 모습을 흉내 내려고 애썼습니다. 그런 만큼 청나라 지배층이 차에 우유 타서 마시는 것을 모방한 스노비즘(snobbism), 즉 속물주의가 밀크티의 바탕이라는 것입니다. 밀크티의 기원을 놓고 한때 영국에서 벌어졌던 논쟁입니다. 19세기 영국서 홍차가 대중화되고 서민도 홍차를 마시게 되면서 홍차에 우유를 탈것인지, 우유에 홍차를 따르는 게 맞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출신 계층에 따라 만드는 순서가 다른 밀크티
결론은 출신 계층에 따라 밀크티 만드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인데 평민은 우유에 홍차 타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이유는 홍차가 대중화됐지만 서민한테는 여전히 비쌌기에 먼저 찻잔에 값싼 우유를 가득 채운 후 비싼 홍차를 따랐습니다. 반면 귀족과 부유층은 찻잔에 홍차를 먼저 따른 후 부드럽게 마시기 위해 우유를 따랐습니다. 때문에 영국에서는 홍차와 우유 타는 순서를 보고 출신 가문을 판단하기도 한다는데 독자분들은 어떠신가요? 홍차에 우유를 타시나요? 아니면 우유에 홍차를 타시나요?




